山 山 山2009. 8. 19. 04:53
저멀리 올라야할 천왕봉의 모습이 눈보라속에 보였다 사라졌다 하는데,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모습하며 오르막이 까마득해 보입니다.

 


천왕봉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인 통천문까지 가는 데, 몸가누고 서있기가 힘들정도로 바람이 거샙니다.
솔직이 포기하고 돌아서고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돌아설 수는 없는 일이지요.
(나중에 들으니 같이 올라갔던 분들 모두 무서웠다하고, 한분은 종신보험 들어두고 왔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했다더군요.)
있는 힘을 다하여 용을 쓰다시피 통천문 도착합니다.

 


힘든와중에서도 사진한장 찍고 통과하여 천왕봉에 올라서니 몸을 날려 버릴듯한 강풍이 불고 있습니다.
해냈다는 뿌듯한 맘이 듭니다.
정상석에 의지하다시피하여 사진한장찍었습니다.

 

지금 내가 서있는 이곳이 남한내륙의 최고봉입니다.
지금만큼은 세상이 다 내 발아래에 있습니다.
이런 기분에 힘들어도 오르고 또 오르나 봅니다.
주위의 경관을 재빨리 몇장 담고 반대편으로 내려서니 불과 몇미터 차이인데도 거짓말같이 바람도 없고 햇살이 따뜻합니다.
여기서, 계획대로 유평쪽으로 내려가서 종주를 완성하느냐, 중산리로 하산하느냐 잠시 갈등합니다.
유평쪽으로는 내려가는 분들이 없어서 길잃을 염려도 있고 혼자서 내려가기에는 너무 지쳤습니다.
다음을 기약하고 중산리로 하산하기로 결정합니다.
하산길도 급경사입니다.
아주 조심하며 천천히 내려옵니다.
내려오다 보니 천왕샘이군요.

 


남강의 발원지라고 표지판이 서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일 높은 곳에서 나오는 샘물일 것같습니다.
달디 단 물한모금 마시고 잠시쉰 후 다시 내려옵니다.

내려오다보니 어느정도 눈이 녹아 있습니다.

사흘을 착용하고 걸었더니 발등도 아프고 발목에도 무리가 많이가서 조심해서 걷기로하고 드디어 아이젠을 풀어 배낭에 넣었습니다.
지루한 내리막을 무릎 조심하며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내려오니 법계사와 로타리산장이 나옵니다.

 


법계사에 들러 부처님뵙고, 별탈없이 지리산을 오르게 해주신것을 감사드리고 나옵니다.
바로 밑의 로타리산장에서 조금은 느긋하게 점심식사후 다시 출발합니다.

 


30분정도를 내려오니 망바위 입니다.
거기서 조금 더 내려오니 칼바위이군요.

 


기념사진 한장찍고 주위 계곡을 감상하며 천천히 내려옵니다.

 


여기서 부터는 길도 비교적 편안하고 걷기가 조금 수월하군요.
잠시후 중산리 매표소에 도착하는 것으로 2박3일간의 지리산종주를 완성합니다.

 

 

중산리 버스정류장으로 내려오면서 뒤돌아보니 저어~ 멀리로 천왕봉이 보입니다.

내가 저높은 곳을 걸어서 올랐다 내려왔다는 걸 생각하니 조금은 자신이 대견스럽군요.

 


중산리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마침 18시에 출발하여 부산으로 가는 버스가 대기하고 있길래 탑승합니다.

중산리에서 덕산 중간쯤의 국도변에 처가가 있으므로 유심히 보며 오느라니, 한때는 주변에서 가장 번성했던 처가가 현재는 사람이 살고있지않아 폐가가 된 모습이 보여 마음이 아팠습니다.

버스는 진주를 경유, 서부산터미널에 도착합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가 힘든 시간을 함께 했기에 빨리 친해질 수 있었던 두분과 아쉬운 이별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단독으로 갔었다보니 걱정으로 애태우던 아내가 뛰어나와 반겨주며 고생했다고 안아줍니다.

중산리 바로 아래에 처가가 있다보니 지리산자락에서 자라며 지리산 산행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기에 걱정을 많이하고 있었나 봅니다.

따뜻하게 한번 안아주는 것으로 걱정끼친 것에 대한 미안함을 대신합니다.
사흘을 땀을 흘리며 샤워를 못했는 데도 맑은 공기때문인지 그다지 찝찝함을 못느꼈습니다만 오랜만에 샤워후 맨소래담로션으로 다리 맛사지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안 아픈 곳이 없고 몸은 퉁퉁 부어 있지만 맘만은 개운합니다.

 

 

 

어리석은 사람이 들면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 나간다고 해서 지리산이라고 한다 하던가요.
지혜는 얻지 못하였을 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름다운 자태와 누구든 안아주는 넉넉함은 가슴에 담아왔습니다.

 

 

 

 

완벽한 종주는 아니었지만 단독종주를 허락해주시고 보살펴주신 부처님과 지리산 산신령님께 큰절 올립니다.

또 집에서 안전산행을 빌어주고 걱정해준 아내에게도 고맙다는 얘기를 전하고 싶고, 산행 중간 중간 적절한 타이밍에 문자메세지로 지침을 주신(실제로는 밧데리 아낀다고 휴대폰을 꺼두어서 제때 읽지는 못했습니다.) 산행대징님께도 감사말씀드립니다.

 

 

 

 

소중한 경험 한가지.
장거리 산행시에는 속이 거북하지 않다면 섭취할 수 있을 때 가능한 많이 에너지를 섭취해둬야 합니다.
많이 먹고 걷는 게 부담스러울 지는 모르겠지만, 에너지고갈로 탈진되는 것 보다는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또, 어지간히 먹었다 하더라도 걷다보면 금방 소화되게 되니 그다지 불편하지 않습니다.
흔히들 애용하시는 쵸코릿등은 내 경험상으로는 그효과가 1~20분정도 밖에 가지 않더군요.
따라서 식사시 고칼로리 식품을 먹어두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많이 걸어야 될 경우에는 배낭에 스프레이 파스와 맨소래담로션 정도는 필히 준비해 가셔야 합니다.
평소에 잘 안걷다가 갑자기 무리하게 되면 다리에 근육통이 생기기도 하고 쥐가 나기도 하는 데, 그럴때 스프레이 파스를 뿌리고 맛사지 해주면 효과가 있습니다.
나도 이번 산행에서 취침시 맨소래담로션을 바르고 잤더니 담날 아침 컨디션이 조금 나은 걸 경험 했습니다.

 

 

 

 

전체 통과 시각 입니다.

 

2월 24일

07시05분 부산 서부버스터미널 출발

09시00분/30분 하동터미널 도착 /출발

09시52분 화개터미널 도착

10시08분 구례 버스터미널 도착

10시16분 화엄사 주차장 도착, 산행시작

10시25분  화엄지구 매표소

10시43분/11시05분 화엄사 도착/출발

11시25분 용소쉼터

11시46분 연기암 입구

12시00분 참샘터

12시40분 국수등

14시40분 눈썹바위

15시00분 노고단대피소도착, 1박

 

2월 25일

06시40분 노고단대피소 출발

07시52분 임걸령샘터

09시00분 삼도봉

09시30분 뱀사골대피소

10시20분 토끼봉

11시53분/12시57분 연하천대피소 도착/중식후 출발

14시45분/14시55분 벽소령대피소 도착/출발

16시10분 덕평봉(선비샘)

18시28분 세석대피소 도착 1박

 

2월26일

08시17분 세석대피소 출발

10시15분/10시40분 장터목대피소 도착/출발

11시50분/12시15분 천왕봉 도착/출발

13시45분/14시00분 법계사도착 참배후 출발

14시02분/15시17분 로타리대피소 도착(법계사 바로 밑에 로타리대피소가 있습니다.)/중식후출발

15시42분 망바위

16시15분 칼바위

16시45분 중산리 야영장

16시52분 중산리 매표소 도착

18시00분 중산리 버스정류장에서 부산으로 출발

21시05분 부산 서부버스터미널 도착

Posted by Amis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