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山 山2009. 8. 19. 04:52
드디어 지리산 주능선 종주 시작입니다.
시작부터 온통 눈길입니다.

 


아이젠꺼내어 신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돼지령을 거쳐 임걸령샘터에 도착.

 


아직 노고단에서 준비해온 식수가 많이 남아서 그냥 통과합니다.
노루목 도착.
여기서 반야봉으로 향해야 하는 데 그것도 모르고 그냥 잠시쉬고는 통과했습니다.
경상남도, 전라북도, 전라남도의 경계가 되는삼도봉 도착.
정상에 설치되어있는 표지기가 삼도의 경계지점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도착하여보니 이정표는 분명히 반야봉가는 길이 표시가 되어있는데, 줄로 막아 두었습니다.
난감하군요.
주위분들에게 물어보니 노루목에서 반야봉쪽으로 가야 한답니다.
다시 되돌아 가기도 그렇고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다음 기회를 기약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떼어 놓습니다.
이제부터 화개재까지는 수백개가 설치되어있는 나무계단을 내려가야 됩니다.

 


짖궂은 어떤분이 600개라고 써놓았습니다만, 실제로 600개는 안되는 것 같았습니다.
계단은 무릎에 부담도 많이 가고 정말 싫습니다만, 어쩔수 없습니다.
한계단 한계단 내려가다보니 화개재 도착합니다.
토끼봉을 향해 가다 젊은분 두분을 만납니다.
서로 반갑다고 인사하고 지나쳐 갑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 두분들을 만난 게 이번 지리산 종주에 있어서 내게 행운이 됩니다.
앞으로 계속 이분들과 앞서거니 뒤서니하며 같이 가게 됩니다.
게다가 자신들이 예약해두고 남은 연하천 산장의 자리까지 받게 됩니다.
첫째날은 노고단산장에 예약이 가능했지만 둘째날은 연하천산장에 대기자로 예약되 있긴 했지만 어디도 예약이 안되어 있어서 약간 난감했던 나에겐 힘이 되었습니다.
지리산의 능선은 봉우리 하나 하나 넘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닙니다.
능선에 올라서면 어느정도 완만한 길이 계속되겠지 하고 기대했던 나에게는 무척 힘이 듭니다.
낑낑대고 올라가며 이고개를 넘으면 조금 완만한 길이 나타나겠지 하고 올라가보면 급한 내리막이고 내려가면 또 가파른 길을 올라야 되고 또 이봉우리를 넘으면 조금 쉽겠지 하고 올라가면 또다른 봉우리가 눈앞에 턱하니 나타나고 극기훈련하는 것 같습니다.
숨을 헉헉대며 토끼봉, 총각샘, 명선봉을 거쳐 연하천 산장에 도착합니다.

 


노고단 산장에 비교하니 움막수준입니다.
그래도 물은 비교적 풍부하군요.
어제 식사를 제대로 못해 탈진 비슷한 상태까지 간 경험을 한터라 억지로라도 먹어 두기로합니다.
실제로 힘든 길을 걷다보니 배가 고프기도 했습니다.
근데, 저쪽을 보니 아까 지나쳤던 젊은 두분도 식사준비하고 있는 게 보입니다.
반갑게 다시 인사하고 얘기를 나누는 중에 남은 종주를 같이하기로 의기투합 합니다.
나로서는 대단히 다행스런 일이었습니다.
산장에서 한통에 4,000원을 주고 햄한통사고 라면 2개도 구입하여, 실내 취사장은 만원이라 바깥에 자리잡고 라면부터 끓입니다.
햄 반통은 두분께 나눠주고 나머지 반통과 라면두개, 어제저녁에 데워두었던 햇반 반통을 먹습니다.
평소 식사량의 두배정도입니다.
넘어가는 게 약간 신기합니다.
식사후 이제부턴 두분과 함께 걷기 시작합니다.
걸으면서 세석산장에 세사람을 예약해뒀는 데, 두사람만 왔다면서 같이 세석까지 가서 쉬고 같이 갈 수있는 곳까지 같이 가자고 얘기를 하길래 고맙게 받아들입니다.
사실 혼자서는 세석까지가 힘들게 느껴져서 예약은 안했지만 벽소령 대피소에서 억지를 부려서라도 쉬고 갈려고 했었는데, 동행이 있으니 든든하여 갈수있을 것 같았습니다.
고맙게도 함께 가면서 걸음이 늦은 나를 기다렸다 가주고, 기다렸다 가주고 배려를 해줍니다.

 


형제봉을 넘어 벽소령대피소에 도착.

 


물이 고갈되었답니다.
벽소령대피소에서 물보충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연하천에서 배낭 무게 줄일려고 수통에 반밖에 채워오지 않았는데....
그래도 다행히 생수는 판매를 하는군요.
한통에 1,000원씩 두통을 사서 수통채우고 세석휴게소를 향해 출발합니다.
세석대피소까지 6.3KM입니다.
오늘 산행중 가장 힘든 길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벽소령에서 연하천까지는 눈이 반쯤 녹아있어, 아이젠을 착용하고 걸어도 미끄럽고 걷기가 힘이 듭니다.
바른재, 덕평봉, 망바위 하나 하나가 급한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다보니 너무 힘이 듭니다.
겨우 겨우 칠선봉을 넘어 아직도 2.1KM나 남은 세석휴게소를 향하여 영선봉으로 갑니다.

 


지금부턴 세사람이 모두 불안감을 느껴 함께 움직이기로 합니다.
날은 슬슬 저물어 가고 눈발이 휘날리기 시작하는데, 턱하니 앞을 가로막는 가파른 나무계단.


한계단 한계단 무거운 발을 옮기며 올라갑니다.
여기서 일행에 뒤쳐져 혼자 가고 있는 서울서 오셨다는 젊은 분을 만나 잠깐 서로 격려하고 계단 중간쯤에 있는 쉼터에서 잠시쉰후 다시 올라갑니다.
슬슬 추워지기도하고 눈발도 강해지고 여기쯤에서 나타나야 될 영선봉이 안보여 초조해지기 시작합니다.
아까 점심때 좀 과하다 싶게 먹어둬선지 나는 아직까진 체력이 딸리진 않은 듯한데, 다른 분들을 보니 거의 체력이 소진된 듯하여 걱정도 되기 시작합니다.(실제로 나중에 물어보니 힘이딸려서 힘들었답니다.)
장거리 산행시에는 열양높은 식품으로 에너지공급을 확실하고 충분히 해둬야한다는 걸 다시한번 느꼈습니다.
거의 다온 듯하다고 말로나마 격려해주고 용기 북돋워주고 정말 힘들게 걷다보니 드디어 영신봉 표지판이 나타납니다.

 


휴~ 한숨돌리고, 남은 마지막 힘을 내어 걸어가는 데, 보여야할 산장이 안보입니다.
환장 하겠군요.
근데 눈보라가 바람에 날려 잠깐 사라지는 순간 눈보라에 가려져있던 세석산장이 반가운 모습을 나타냅니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헤드램프 착용하고 헤맬 뻔 했습니다.
다들 안도합니다.
예약확인하고 자리 배정받아두고 취사도구 꺼내어 취사장으로 가보니 노고단산장과는 달리 식수를 구할려면 한참 밑에까지 내려갔다 와야 되는 군요.
취사장도 북새통입니다.
겨우겨우 자리확보하여 취사준비해두고 기다리는 사이 젊은 두분이 식수를 길어 옵니다.
눈보라를 뚫고 세석산장까지 무사히 도착한 걸 자축하는 의미로 햄 구워서 소주 두병을 비우고는 식사합니다.
설겆이는 물뜨러 가기가 힘들어서 냅킨으로 대충 닦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식사마치고 나와보니 함박눈이 내리고 있고 일행들과 눈싸움을 하는 사람들, 눈사람을 굴려 만들고 있는 사람들 모두들 즐거운 분위기군요.
내일 천왕봉 일출은 못볼 것 같아도 이런 눈 경치를 보는 것도 삼대가 덕을 쌓지않으면 힘든다고 어떤 분이 말씀을 하셔서 흐뭇한 맘으로 흥겨운 분위기를 즐깁니다.
모포 1장에 1,000원(노고단대피소와는 달리 침낭대여는 없습니다.)씩 주고 대여하여 배정받은 자리로 가보니 소등하고 모두들 취침중이군요.
헤드램프착용하고 낼 산행준비 한다음 잠자리에 듭니다.
오늘 날씨를 보니 내일 천왕봉 일출을 보는 것은 힘들 것같아 충분히 자고 천천히 움직이기로 합니다.
6시에 늦은 기상을 하여 보니 장딴지까지 빠질정도로 주위가 온통 눈밭입니다.
아침식사후 캔커피 한잔씩하고 8시에 출발합니다.

 


오늘 일정은 어떤 코스를 택하더라도 약간 시간 여유가 있습니다.
앞서 가셨던 분들이 밟고 가셨던 발자국을 따라서만 걷는 데도 발목까지 눈에 빠져 걷기가 많이 힘들군요.


힘들게 촛대봉, 삼신봉, 연하봉을 거쳐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합니다.

 


해뒀던 예약 취소하고 잠시쉬면서 주위 경관 감상한후 출발합니다.
바람에 날리는 눈을 맞으며 눈속을 걸으려니 여기서 부터는 더 힘들군요.
제석봉 지나서 나타나는 고사목지대에서 눈속에서 처연하게 서있는 고사목의 모습에 잠시 숙연함을 느낀후 다시 출발합니다.

 

 

여기서 한번더 쉬겠습니다.

Posted by Amis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