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山 山2009. 8. 18. 21:50

저는 부끄럽게도 부산에서 태어나 어린시절 잠깐을 제외하곤 줄곧 부산에서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젊은 시절 해외를 떠돌 때도 주민등록지는 부산이었으니까), 부산을 대표하는 금정산을 제대로 알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한번 완전하게 종주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어제 올랐다 왔습니다.

늘 혼자 다녔습니다만 어제는 같이 놀아주지 않는다고 투정부리는 아내도 쉬는 날이라 같이 가기로합니다.

재작년에 큰수술 받고나서는 예전과는 달리 매사에 자신감도 없는 것같고 건강도 염려스러웠는데, 약간은 힘든 산행을 함께하면서 자신감을 다시 불어 넣어주고 싶었습니다.

 

토요일 산행자료 찾아서, 산행코스를 양산쪽 북단에서 동래쪽으로 종주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어제 토요일 모임에서 요즘 마음 상하는 일이 있어 조금 과하게 마셨더니 염려스러웠지만 아침에 일어나보니 컨디션 그다지 나쁘지 않군요.

날씨도 약간 쌀쌀하긴 하지만 산행하기엔 적당합니다.

 

엊저녁에 아내가 준비해둔 반찬과 도시락에 밥 퍼서 담고 산행대장님께서 정성스럽게 왁스 먹여준 새 등산화 신고 집을 나섭니다.

신평역에서 전철타고 명륜동역 도착 양산 시내버스 12번을 탔더니 등산객들로 금방 만원이되는군요.

외송 버스정류장(동면초등학교앞)0850 도착하여 10여분의 단체등산객들과 함께 내립니다.

  

 

속으로 따로 올랐으면 좋겠다 생각하는데, 고속도로 밑을 통과하여 마을앞에 다다르니 그분들은 아침요기 하신다고 뒤로 쳐집니다.

우리는 아침을 먹고 나온 터라 그냥 올라갑니다.

 

 

이정표가 있어 산행 들머리 찾기는 어렵지 않군요.

잘 조성되어있는 임도를 따라 올라 가다 보니 앞서가고 계시는 등산객 몇분이 보입니다.

그분들께 물어보고 임도를 가로지르는 산길로 들어섭니다.

그런데 내렸던 눈이 녹지 않고 얼어붙어 있습니다.

아이젠 준비해와서 그다지 걱정은 되지않습니다만 앞서가고있는 아내에게 미끄러지지않게 조심해서 올라가라고 당부하고 따라올라갑니다.

아내는 내가 아이젠 준비해갖고 온 줄도 모릅니다.ㅎㅎ

엊저녁 우리 산행대장에게 아이젠 준비해 가야 되겠지 하고 물어 봤더니 혹시 모르니 갖고가십시요 하더니 안 챙겨왔으면 올라가지도 못 할뻔 했습니다.

많이 다니지도 않는 아내가 나보다 훨씬 더 잘 걷습니다.

앞서가던 아내가 오늘은 정월 대보름이라서 절에 가야되는 데 합니다.

금륜사와 은동굴을 거쳐 올라가야되니 금륜사에서 참배하고 올라가자 합니다.

20분 정도 올라 가다 보니 추위도 잊어지고 땀이 나면서 몸이 풀리고 걷기가 조금 수월해집니다.

잠시후 눈속에 고즈넉히 자리잡은 금륜사에 도착합니다.

 

 

법당에 들어가 참배하고 나옵니다.

지금부터는 아이젠 없이는 올라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이젠 꺼내어 줄조정 하여 아내에게 채워주고 나도 찹니다.

얼어붙은 길을 20분정도 낑낑대며 올라가니 은동굴에 도착합니다.

굴속에 법당을 차려놓았고, 관음보살 석상이 우리들을 반겨주시는군요.

 

 

여기서도 잠깐 부처님께 참배 드리고 관음보살 석상 왼편으로 나있는 소로를 따라 다시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근데, 아내가 이 길이 아니고 다른 길 같다고 합니다.

무수히 매달려있는 산악회의 시그널을 확인하고 가는 건데 그 의미를 아직 모르는 게지요.ㅎㅎ

아닌게 아니라 길도 좁고 얼어붙어있어 위험스럽기도 해서 의구심이 들만도 합니다.

서로 잡아주면서 조심스럽게 어려운 구간 통과한 후 산행대장에게 전화로 확인해보니 우리가 올라가는 길이 맞답니다.

물어볼 곳이 있다는 건 참 든든하군요.

20분간 가파른 눈길을 올라가보니 약간 넓은 안부가 나타나고 먼저 올라가 계신 등산객들께서 이른 시간인데도 벌써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있고, 멀리 장군봉과 정상인 고당봉이 보입니다.

 

 

멀리서 봐도 정상이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져있어 오르기가 어렵고 힘들어 보입니다.

암반으로 이루어진 봉우리 두개를 넘으니 앞에 장군봉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런,,,,,

앞서가는 등산객에게 길을 물어보는 사이에 장군봉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을 놓치고 옆으로 빠져버렸습니다.

그래서 다시 돌아가기도 뭣하고 해서 장군봉 정상은 못오르고 우회하여 통과합니다.

약간 안타깝습니다만, 고당봉 오르면 되지하고 위안하면서 계속 가다보니 앞에 넓은 억새밭이 나오고 고당봉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고당봉밑에 도착하여보니 마애여래석상앞을 거쳐 양산의 가산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고 먼저 도착하신 분들께서 쉬고 계십니다.

고당봉밑에서 보니 올라가기가 너무 힘들고 위험해 보입니다.

몇몇분들께서 우회해서 가시기도 합니다만, 올라가 보기로 합니다.

내려오시는 등산객 한분께서 올라가기가 너무 위험하고 힘들다고 우회하는 게 나을 꺼라고 하시면서  조심하라고 말씀해 주십니다.

솔직이 겁납니다.

그냥 우회해서 가자고 했더니 아내가 저보다 훨씬 더 용감합니다.

그냥 올라가 보잡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아찔하군요.

바위위에 쌓인 눈이 얼어붙어있어 미끄럽고 발디딜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로프에 의지해서 조심조심 올라갑니다.

드디어 고당봉 정상에 도착합니다.

증명사진 한장찍고, 정상 암반위에서 식사하고 내려가자는 아내에게 내려가서 식사하자고하고 내려옵니다.

 

 

이쪽(남쪽)으로 내려오는 길도 힘들긴 하지만 올랐던 쪽(북쪽)보다는 조금 덜 힘들군요.

우리도 정상을 우회해서 이쪽으로 올랐다가 내려왔으면 조금 수월했을 걸 그랬습니다.

내려오니 이제부터는 길이 녹아서 진흙탕길 입니다.

지금부터는 진흙탕길과 얼은 길이 반복해서 나타납니다.

아이젠 풀었다 찼다 조금 번거럽군요.

내려오다보니 식사할 만한 곳엔 모두들 자리 차지하고 앉아  있습니다.

하는 수 없어 우리도 옹색하긴하지만 조그만 바위에 걸터앉아 꿀맛 같은 점심을 듭니다.

식사후 다시 출발.

이제부터는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능선길입니다만, 지금까지처럼 힘들진 않을 것 같습니다.

 

잠시후 북문도착.

 

 

금정산장앞 화장실에서 볼일 보고, 커피 한잔씩 사 마십니다.

가격은 1000원씩이나 받으면서 맛은 영 꽝입니다.

금정산장은 예전에는 만수라는 분이 운영을 했었는데(그때는 그분과 절친한 제친구나 산행대장님 같은 경우 하룻밤씩 묵기도 했답니다.), 지금은 대한 산악연맹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북문부근에는 컵라면, 오뎅, 커피등을 파는 노점이 꽤 많군요.

중식을 준비 안해와도 여기서 식사를 해결하면 될 것 같습니다.

원효봉, 의상봉, 4망루, 3망루를 거쳐 동문으로 가는 능선길은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면서 약간 지루합니다.

 

 

그래도 능선에서 좌우로 펼쳐지는 부산의 경치가 눈길을 사로 잡습니다.

왼쪽으로는 멀리 해운대, 광안대교, 동래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낙동강, 구포대교, 북구가 보이는 군요.

 

 

한참을 와서 돌아보니 우리가 내려온 고당봉이 보입니다.

우리가 저기를 거쳐 내려왔구나 생각하니 자신들이 약간 대견스럽습니다.

 

 

동문도착하니, 지친 아내가 버스타고 내려 가잡니다.

그러자고 하고 동문을 빠져나가 내려가면서 여기까지 왔다가 그냥 내려가기는 좀 아쉬우니 남문까지 가서 금강공원에서 케이블카 타고 내려가면 안될까 했더니 썩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그러자고 합니다.

그래서 다시 올라와서는 남문을 향해 걷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때의 결정을 곧 후회하게 됩니다.

잠시후 식물원쪽에서 올라노는 차도를 건너 남문을 향하다보니 급수대가 보입니다.

물한모금하고 다시 출발.

그부근에 아는 분 식당이 있는 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알았더라면 국수 한그릇 먹고 좀 쉬었다 갈 것을

 

뒤도 안돌아보고 무아지경에 빠져 무조건 앞만보고 걷다보니 문득 아내가 걱정이 됩니다.

돌아봤더니 거의 탈진상태로 터덜터덜 걸어오고 있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면서 걱정이 확 됩니다.

참 무심한 사람입니다.

같이간 사람 생각은 안하고 지생각만으로 그냥 올라가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위치가 애매합니다.

돌아가기도, 앞으로 가기도 다 어중간 하군요.

차라리 계획대로 그냥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가기로 하고 부축해서 걸어가는데, 마음은 바쁜데 생각했던 만큼 가깝지가 않아 초조합니다.

오는 분들께 물어보니 사람들마다 대답이 모두 다릅니다.

어떤 분은 10분 걸린다고 하고, 어떤 분은 2,30분 가야된다고 하고 헷갈립니다.

잠시후 나타난 이정표에 케이블카 승강장은 700미터, 남문은 300미터로 적혀있습니다.

남문까지가면 내려갈 버스 있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에 그만 가까운 남문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그러나 실수였습니다.

남문 도착하여 다른 등산객에게 물어봤더니 버스 타려면 거기서 30분 정도는 더가야된다고 그나마 케이블카승강장이 가까우니 그쪽으로 다시 가랍니다.

아내 배낭 받아서 지고 다시 케이블카 승강장쪽으로 아내를 부축하여 걷기 시작합니다.

10분정도 걸으니 다른 등산객들이 보이는데, 남의 사정은 모르고 손 꼭 붙잡고 부축해서 내려가는 것을 보고는 부럽다고 존경한답니다.

그래도 여럿이 같이 내려가니 좀 당황이 덜 되는군요.

잠시 더 걸으니 금강공원 표지판이 보이고 등산객들도 꽤 보입니다.

~~ 안심이 됩니다.

잠시후 승강장 도착.

케이블카타고 내려왔습니다.

 

금강공원 정문앞에 있는 국수집에서 국수로 요기한 다음 온천장 역에서 전철타고 귀가하였습니다.

 

아내에게는 무지 미안하군요.

체력배려는 하지도 않고 무조건 내기준으로 무지막지하게 걸었으니 얼마나 괴로웠을까 생각하니 고개를 못들겠습니다.

힘들게 한다고 원망은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짝지라고 믿고 따라준 아내에게 감사합니다.

먼 훗날 추억은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혼자 갔으면 만덕터널 위를 지나 백양산쪽으로 해서 내려가던지 성지곡수원지쪽으로 경유해서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걷다보니 이상하게 힘도 들지않고 속도도 훨씬 빨라지고 그냥 걸어지더군요.

무슨 현상인지

 

다른 분들이 남문이니 북문이 하실 때 개념파악도 못했었는 데,

오늘 금정산 종주를 함으로써 금정산 등산로는 거의 파악을 한 것 같습니다.

Posted by Amis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