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山 山2009. 8. 19. 07:31

 

제목에 왜 드디어란 단어를 넣었는지 부터...

 

예전에 올린 지리산 종주기에도 기록해뒀다고 기억 합니다만, 2년전 겨울 전남 구례의 화엄사를 출발하여 눈쌓인 지리산 능선을 종주하여 중산리로 내려온적이 있습니다.

하산길에 천왕봉 등반을 하고 있던 어느 산악회분들을 조우 하였었는 데, 그당시 저는 우리 웅비산악회도 산행실력을 고취하여 언젠가는 남한내륙의 최고봉인 천왕봉 정상등반을 꼭 해봐야겠다고 맘속으로 다짐을 했었더랬습니다.

처음 우리 산악회가 출범할 당시만 해도 몇몇분을 제외하곤 산행실력이 미흡하여 높고 가파른 산은 엄두를 낼 수 없었습니다만, 정기산행을 통하여 산과의 교감을 갖게된 회원님들께서 정기산행과 개별산행을 통하여 꾸준히 산행실력을 기른 결과 어느정도 걷는 능력을 갖추게 되어 천왕봉 산행을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꾸준히 노력하면 안되는 일이 없다는 걸 다시한번 실감 했습니다.

그래서 "드디어" 입니다.

 

이번 정기산행은 쉽게 가 볼 수 없는 좋은 산을 가게 되어서인지, 신청인원이 예상외로 많아서 일찌감치 버스 4대로 결정하고 빈좌석 발생할까봐 몇번이나 문자메시지로 독려도 하고 참가권유도 하는 등 노심초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산행일을 앞두고, 며칠전부터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마치 장마처럼 지루하게 내려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더니 당일 전날엔 더 많이 내리고 산행당일날도 비가올거라고 예보되어 산행실시여부와 참가율 저하가 많이 걱정되었습니다.

토요일 오후엔 우리가 연간 계약으로 이용하고 있는 버스를 고가의 최신형 차량으로 교체하였던 바, 출고된 신차에 내가 주선 하여  추가 오디오 작업을 하고 있었던 관계로 작업 거들어 주고 음향 셋팅을 하여 준 후 퇴근하여 식사하고 창밖을 내다보니 비가 추적 추적 내리고 있어 심란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즐겨보는 드라마를 보는둥 마는둥 하며 누워 잠을 청하였는 데, 조금 자다 일어나보니 새벽 2시 30분 밖을 내다보니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는 군요.

제가 자는 사이에 산행대장의 문자가 한통 들어와 있습니다.

읽어보니 지리산 국립공원 입산을 통제하고 있다는 내용이군요.

산행시간은 몇시간 남지않았는 데, 답답합니다.

인터넷으로 확인할려고 컴퓨터를 켜니 얼마전부터 말썽을 부리던 모니터가 이상증상을 보이며 정상동작을 하지 않습니다.

야밤에 드라이버 들고 모니터를 분해 합니다.

달밤도 아닌데 체조를 하는 모양입니다.

분해해봐도 육안으로는 이상개소를 발견 할 수가 없군요.

요즘 기기들은 전부 모듈화를 해놓다보니 제조처가 아닌이상 부품이 없어서라도 수리가 힘든 걸 알면서도 뜯어 봤는 데, 역시나 입니다.

다시 조립하고 한참을 방치했다가 켜니 다행히 동작을 해주는 군요.

지리산 국립공원 홈페이지부터 접속하여 확인 해봤더니 9월 2일까지는 입산을 통제할 거라는 공지가 있군요.

시계를 보니 새벽 5시를 넘고 있는데, 갑자기 바깥에서 비오는 소리가 요란하여 내다보니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갑갑하군요.

이래서는 오늘 산행은 엉망이 되게 생겼습니다.

다행히 20여분후 내리던 비가 그쳐줍니다.

일어나면 보라고 산행대장에게 대체 산행지 물색해보라는 문자메세지를 한통보냈더니 산행대장도 자지않고 있었던지 알았다고 바로 답장이 옵니다.

둘이서 문자메세지를 교환하며 대체산행지를 물색합니다.

6시경에 회장님께도 일어나시면 전화해 주시라고 문자를 넣었더니, 잠이 덜깬 목소리로 바로 전화를 해 오시는 군요.

회장님께 현재 상황을 보고하고 이런 저런 의논 후에 일찍 회장님 사무실로 찾아뵙기로 하고 전화를 끊습니다.

잠도 오고 피곤 하지만 어느듯 씻고 집을 나설 시간이군요.

시락국에 밥한술 말아서 집어넣듯 삼키고 대충 준비해서 집을 나서 회장님 사무실로 향합니다.

회장님 사무실 도착하여 대책을 강구한 후, 지리산 관리공단에 전화로 입산여부를 문의 하였더니 현재의 기상상태로 봐서 오전중에 입산통제를 풀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중산리에 도착하면 입산 통제가 풀려 등반을 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지요.

최종결정을 합니다.

일단 중산리까지 가서 현지 상황을 본 후, 입산이 불가능하면 인근의 다른 산 산행이나 청학동, 쌍계사등지의 관람을 실시키로 합니다.

결정하고 나니 조금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도착하여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올라 최종 집결지인 하단으로 향합니다.

새차 냄새가 코를 찌르는군요.

 

날씨관계로 예약하셨던 분들의 무단 불참을 많이 걱정하였는 데, 아니나 다를까 모이신 인원을 보니 예약인원과 차이가 많이 날 것 같습니다.

이번산행부터는 선임 탑승자의 인솔하에 버스안에서의 안내를 실시키로 했던터라 선탑자들 불러 모은 후 전달하여야할 내용을 회장님께서 전달한 후 서둘러 탑승하고 출발합니다.

잠시후 각차량으로부터의 인원 보고를 받아보니 역시 예약인원과 40여명이 차이가 납니다.ㅠㅠ

때문에 버스 1대임차비용을 비롯한 각종경비가 아깝게 낭비되게 되었습니다.

이렇다면 예약제를 실시하는 의미가 뭔지 잠시 갈등하며, 무단으로 불참하신 몰지각한 회원님들이 많이 미워집니다.

산행후 예약을 어기고 무단으로 불참하신 회원님들께는 최소한 이만한 경비낭비가 있었으니 앞으로 예약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통보는 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고속도로는 날씨탓인지 그다지 붐비지 않아 예상시간보다 현지도착이 빨라질 것 같습니다.

가는 도중에도 날씨는 흐렸다, 비를 뿌렸다를 반복하는군요.

다행히 지리산 국립공원 입산통제가 풀렸다는 소식이 들려 조금 안도합니다.

남해안 고속도로와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거쳐 단성인터체인지에서 내려 국도로 중산리를 향합니다.

가는도중 도로가에 보이는 한적한 시골길의 풍경이 정겹습니다만, 오늘은 마음이 각박해진 탓인지 눈에 잘 들어오지를 않습니다.

버스는 어느듯 덕산을 지나고 있는 데, 조수석에 앉아 유심히 보며 가다보니 도로가에 위치한 제 처가가 눈에 들어 옵니다.

관리하는 사람이 없으니 쇠락해져가는 모습에 가슴이 조금 아프군요.

 

10시 30분경 중산리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날씨는 보슬비가 내려 더 이상 심해지지만 않는 다면 산행엔 맑은 날씨보다 나을 것 같습니다.

서둘러 볼일 보고 산행 주의 사항 일러준 뒤 10시 45분경 바로 산행을 시작합니다.

 

 

오늘은 산행시간도 길고 이동거리도 길어 신속하게 행동들을 하기로 하였는 데, 산행대장이 작심한듯 선두에서 처음부터 보행속도를 무척 빨리 하는 군요.

 

12분만에 매표소앞에 도착합니다.

통상 2~30분 걸리는 거리인데, 무지 빨리 올라왔군요.

 

 

지체없이 매표소를 통과하여 산길로 들어섭니다.

초입부터 바위길이고 비가와서 좁은 등산로가 개울처럽 변해있어, 걷기가 많이 힙듭니다만, 다들 걸어올라가는 모습을 보니 씩씩해 보입니다.

기필코 오늘 천왕봉을 올라가 볼거라고 서로 다짐들을 하며 걷는 모습에서 아주 약간의 보람도 느낍니다.

계속되는 가파른 바위길에 많이 힘듭니다만, 2년전에 내려올 때와는 달리 중간중간 나무로 계단도 설치를 해놓았고 등산로 정비에 정성을 많이 쏟은 듯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안개와 구름에 감춰져 경치는 전혀 감상을 할 수 없지만, 숲속의 신선한 공기가 담배에 찌든 폐부를 자극하여 상쾌합니다.

 

1시간 정도를 올라가니 제법 너른 공터가 나타나 약간 쉬었다 가기로 합니다.

 

 

하지만 선두가 지나간 지 20분정도 되었다는 산행대장의 얘기에 맘이 급해져 복장 추스리고 다시 힘을 내어 가파른 바위길을 올라갑니다.

날씨는 보슬비가 내리긴 하지만, 우의 입을 정도는 아니라 산행하기에 시원하고 좋군요.

잠시후 칼바위를 지납니다.

바위가 많아 걷기가 너무 힘들군요.

나는 왜 이리 오르막이 힘든지 모르겠습니다.

요즘하는 운동이 산행엔 그다지 도움이 안되는 모양입니다.

운동종목을 바꾸어 볼 필요성이 느껴지는군요.

 

장터목 산장과 법계사 가는 갈림길 도착하여 약간의 휴식후 다시 출발합니다.

 

 

조금더 올라가니 법계사가 1Km 남았다고 알려주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30분정도를 올라가니 앞이 트이며 헬기장 전망대가 나탑니다.

날씨가 맑으면 조망이 아주 뛰어 날 것 같습니다만, 오늘은 구름과 안개에 가려 주변 경치를 전혀 볼수가 없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구름위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군요.

여기서 부터는 구름위로 올라와서인지 보슬비도 아주 약해 집니다.

지척에 있는 로타리산장으로 갔더니 먼저 도착하신 회원들께서 일부는 산장에서 라면을 끓여 드시고 있습니다.

오늘  다른 분이 도시락을 준비를 해 와 주시고 갖고 오지않았는 데, 그마저도 버스내에서 갈라 먹고 없는 터라 염치없지만 코펠과 버너를 빌려 산장에서 라면 구입해서 먹을 려고 양해를 구하는 중 바로위의 법계사에 가면 식사를 제공해준다고 빨리 올라가라는 말씀을 다른 회원께서 해주셔서 밥먹고 참배하러던 마음을 바꿔 법계사로 올라갔더니 토,일요일은 중식을 무료로 제공해준다는 글을 붙여 좋으셨군요.

 

 

천왕봉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보시를 실천하고 계시는 듯 하여 감사한 맘이 듭니다.

공양간에 들러 식사중이신 회원님들과 함께 반찬 나누어 먹으며 유쾌한 식사시간을 가집니다.

비 맞지않고 건물안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것만도 고마운 일인데, 공양까지 제공해주시니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산행시 도시락을 갖고 가지않는 경우는 없었는 데, 오늘은 아마 부처님께서 하사하시는 식사를 하려고 도시락을 갖고 오지않게 된 모양입니다.

식사후 법당에 들러 참배합니다.

참배후 법당 바깥에 계시던 스님으로 부터 법문 한말씀 듣고 로타리산장으로 내려갑니다.

 

지금 천왕봉으로 향해서는 하산예정시간을 맞출 수가 없다는 산행대장의 얘기에 아쉽지만 하산을 결정하고 올라와 계시던 회원님들을 불러모아 함께 하산을 시작합니다.

 

가팔른 길이라 내려가기도 올라오는 것 만큼 힘이 듭니다.

올라갔던 길을 되돌아 내려오는데, 걸음빠른 회원님 한분은 천왕봉을 갔다가 내려오시며 우리를 앞질러가시는 군요.

기가 질립니다.

2시간 10분만에 천왕봉에 오르셨답니다.

또다른 여성 회원님 하분은 2시간 40분만에 오르셨다고 하고요.

참 빠른 분들 입니다.

 

매표소를 통과해 내려오니 식당에 앉아 계시던 회원들께서 권주를 하시는 군요.

들어가 권하시는 동동주 한잔과 훈훈한 정을 마십니다.

사실 이가게의 주인장은 나와 약간의 특별한 인연이 있는 분입니다.

앞에서 얘기한 종주를 마치고 내려오며 이가게앞에서 흙투성인 장비와 신발을 씻고 추스리고 있을 때 아주 낯이 익은 사람이 보여 긴가민가하고 보니 아내의 바로 위 언니 바로 제 처형이었더랬는 데, 서로가 놀라서 여기 왠일이냐고 물었더니 이가게 주인이 친한 친구이고 모임이 있어 올라왔다고 하여, 파전 한접시와 동동주를 얻어 먹은 기억이 있습니다.

주인장 불러 내가 누구하고 어떤 관계라고 얘기하며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동동주 한잔 주시려는 호의를 고마운 마음만 받기로하고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내려오며 보니 산에는 올라가지도 않고 식당에 자리잡고 이제껏 음주만 즐기시고 계시던 회원님들이 많이 보이고 발걸음을 붙잡습니다만, 출발시각이 다가오니 빨리 내려 오시라고 말씀드리고 내려옵니다.

 

버스에 도착해보니 여기도 역시 환담을 나누며 흥겹게 술자리를 갖고 계십니다.

비 맞지않는 적당한 장소 물색하여 뒷풀이 준비를 하다보니 하나둘 모두들 내려오시는 군요.

흥겹게 뒷풀이를 합니다.

 

뒷풀이 후, 재무님께서 준비해 오신 시루떡, 마른 명태등의 고사준비물을 진설하고 고문님을 위시한 임원과 이사님들이 절을 올리며 새차고사를 지냅니다.

모두들 맘속으로 안전운행을 기원 하셨으리라 믿습니다.

 

인원 점검하여 예정보다 조금 늦은 6시40분 부산으로 출발합니다.

돌아 오는 길은 고속도로가 많이 정체된다는 얘기를 들은 기사님들의 판단으로 약간의 여흥을 즐기며 국도를 거쳐 함안IC에서 고속도로로 진입합니다.

비교적 시원하게 달릴 수 있군요.

 

하단 도착후 각자 아침에 승차했던 차량으로 환승한 후 헤어짐을 아쉬워 하며 집으로 향하는 것으로 오늘 산행을 종료합니다.

 

자락에 듦을 허락하여 주시고 무탈하게 산행을 마칠 수 있도록 해주신 지리산 신령님께 감사드립니다.

 

궂은 날씨에도 약속을 지켜 참가하신 회원님들께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산행 인솔하여 주신 산행대장님,

맛있는 호두과자를 협찬하여 주신 고영흠 회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다음달 정기산행시 즐거운 얼굴로 뵐 수 있기를 기대 하겠습니다.

 

얼마남지않은 중추절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Amis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