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山 山2009. 8. 19. 06:23

 

계절은 가을의 끝을 지나 겨울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고, 가을을 지나고 있는 인생만큼이나 아쉬움이 진하게 다가온다.

 

모처럼 다른 계획없는 주말,

 

아내와 함께 가볼만한 곳이 없나 이리저리 찾아본다.

 

윗쪽은 이미 단풍이 낙엽으로 다 떨어져 버렸다고 하고, 가까운 곳을 찾다보니 영축산 신불산 등지가 맘에 다가온다

 

그중에서도 신불공룡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예전부터 많이 들어봤지만 무서움을 많이 타는 성격탓에 겁이나 못가보고 있었던 곳.

 

그래서 늘 숙제 하지않은 학생의 심정이랄까, 뭔가 미진함을 항상 느끼고 있었다.

 

그래 한번 가보자.

 

한가한 토요일 오후 지도를 비롯해서 여러가지 필요한 자료수집해서 정리 해둔다.

 

 

 

토요일 늦게까지 있었던 모임의 후유증으로 무거운 머리와 쓰린 속을 안고 이른 새벽 눈을 뜬다.

 

술, 담배 두개중 하나라도 좀 줄였으면 좋으련만,,,

 

날씨가 꽤 쌀쌀하다.

 

아무래도 동계용 의복이 필요할 듯하다.

 

오늘은 바위를 타야 될 상황이 많은 듯하므로 신축성 좋은 동계용 파워스트레치 바지를 꺼내입고, 우모상의도 배낭에 챙겨  넣는다.

 

전날 아내가 준비해둔 반찬으로 도시락 싸두고 자고있는 아내를 깨웠더니 혼자 갔다 오란다.

 

평상시 피곤하고 항상 잠이 부족하니 더 자고 싶은 모양.

 

그래도 같이 안가게 되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 테고, 나에게 쏟아질 격한 원망도 예상이 되고(^^) 나역시 혼자 가기는 허전 하였으므로 다시한번 같이가자 했더니 간단다.

 

식사하고 집을 나서니 8시.

 

내차를 가져가지않고 자기차로 가자고하니 자기 기름 쓴다고  또 투덜 투덜.^^

 

출발하고나서 문득 디카를 빼먹고 가져오지 않은 것이 생각난다.

 

안타깝긴 하지만 돌아가서 가져오기엔 너무 멀리 와버려서 폰 카메라로 대신하기로 한다.

 

1시간여를 달려 산행 들머리인 등억온천지구 스카이호텔 주차장에 도착.

 

고맙게도 호텔이용객 뿐만아니고 산행객들도 무료주차라고 큼지막하게 써놓았다.

 

뿐만아니라 산행들머리까지 친절하게 표시해 두었다.

 

각박한 세상에 모처럼 훈훈한 인심이 느껴진다.

 

혹시라도 이쪽의 콘도를 이용할 일이 생기면 꼭 한번 이용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약간의 준비운동후 표지판을 따라 들머리에 들어 산행시작.

 

들머리가 동아대정문옆에서 승학산 올라가는 입구와 아주 유사하다.

 

시작부터 오르막시작.

 

힘들다.

 

왠일인지 요즘들어 점점 오르막 오르기가 힘이든다.

 

불어난 체중때분인가.

 

체중조절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잰 걸음으로 올라가는 아내를 불러 같이가자고 사정한다. ㅠㅠ

 

무거운 배를 안고 올라가려니 힘이 안들겠냐는 핀잔아닌 핀잔을 듣는다. ㅎ

 

날씨가 화창해서인지, 애들 데리고 같이 온 가족들도 몇팀이 보인다.

 

어느정도 오르다 돌아갈려나, 코스가 애들데리고 오르기에는 위험할텐데, 하고 주제에 걱정도 한다.

 

뒤에 출발한 팀을 몇팀인가 앞질러 보내고 힘들게 30여분 오르다보니 자수정 동굴나라에서 돌라오는 등로와 길이 합쳐지는 지점 도착.

 

올라오고 있는 한무리의 산객들이 보여 물어보니 산악회에서 함께 왔단다.

 

다시 조금더 올라가니 830미터 봉.

 

된비알이 시작되고 줄잡고 올라가다보니 제법 너른터가 나타나고 조망이 터인다.

 

아래로 펼쳐진 풍경이 한가롭다.

 

 

위를 쳐다보니 지나가야할 공룡능선이 보이는데, 아슬아슬한 능선하며, 까마득해 보이는 높이의 칼바위가 기를 죽인다.

 


잠시휴식하며 스틱 접어 배낭에 단단히 결속하고 아내에게 조심하라고 재삼 주의시킨후, 마음을 다잡고 공룡능선을 향하여 출발.
 
처음 한동안은 약간은 편안한 길이 계속되더니 곧바로 아슬아슬한 바위능선이 잇달아 나타난다.
 
한발한발 조심스럽게 확실한 디딤을 확인하고 넘어가는데, 솔직이 겁난다.
 
그나마 조금 다행스러운 건 가을의 마지막을 붙잡으러 올라온 수많은 등산객들과 함께 가고 있다는 것.
 
사람들이 너무 많다 보니 중간중간 대기를 해야된다.
 
산에도 교통체증이다.
 
중간중간 거대한 바위를 Rock Climbing하듯 넘는다.
 
아슬아슬해서 가급적 밑을 쳐다보지 않으려 노력한다.
 
좌우가 낭떠러지인 마치 칼날위를 걷는 듯한 바위능선을 걸을땐 다리가 후들거린다.
 
몇개인가의 바위를 넘으니 떡하니 앞에 버티고 있는 칼바위.
 
무지 높아 보인다.
 
안전을 고려하여 앞사람이 다 지나갈때가지 조금 기다렸다가 단숨에 넘어간다.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전망이 기가 막히다.
 
이 맛에 위험하고 힘들어도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은 가 보다.
 
거의 지나온 줄 알았는데, 앞을 보니 아직도 신불산 정상은 몇개인가의 바위를 더 넘어야 된다.

 
진땀 흘리며 조심스럽게 통과한다.
 
드디어 신불산 정상이다.
 
지난 겨울에 영취산으로 해서 올라왔던 능선길이 발아래에 모두 조망된다.
 
멋있다.
 
기회될 때 다시 걷고 싶은 길이다.

 
정상석을 배경으로 아내와 기념촬영후 서둘러 도시락을 꺼내놓고 맛있는 점심식사.
 
혼자 다니게 되면 혼자서 점심 도시락 먹기가 영 어색한데, 둘이라 어색함도 없고 더 맛있다.

신불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신불 공룡능선
 
식사후 잠시 휴식하며 주변경치 감상하고 하산시작.
 
간월재를 거쳐 간월 산장쪽으로 내려 가게 된다.
 
막연히 굴곡심하지 않은 길을 예상했었는 데, 신불산 정상에서 간월재까지의 길이 억수로 가파르다.
 
30분 정도를 내려가니 간월재.

 
간월재 주변의 임도에는 등산객들이 타고온 차량들이 끝이 안보일 정도로 길게 주차가 되어있고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해두었다.
 
각자 견해가 다르겠지만 인공시설물로 온통 뒤덮인 것을 보니 깨끗해 보이기는 해도 별로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자연 훼손을 염려 해서 이겠지만 인공 시설물 자체가 자연을 훼손한 느낌이 더 강하다.
 
그런데, 이렇게 깨끗하게 단장해둔 곳에 산전체를 화장실로 사용하라는 건지 화장실이 없다.
 
차량이 왕래하는 데 전혀 불편없도록 도로가 개설되어 있으니 수세식화장실도 설치할 수 있겠것만 그것 참...
 
남자들은 그렇다쳐도 여자들의 불편이 막심해 보였다.
 
간월재에서 간월산장쪽으로 하산길을 잡고 출발.
 
시멘트 임도를 따라 내려오면서 중간중간 지름길로도 내려온다.
 
30분정도 내려오니 갈림길.
 
홍류폭포, 간월산장쪽으로 길을 들어 내려오니 잠시후부터는 옛날에 사람들이 다녔을 오솔길이다.
 
숲길을 따라 걸으니 한결 기분도 좋아진다.
 
20분 정도 내려오니 홍류폭포 입구.
 
홍류폭포쪽으로 올라가 보니 수량 부족으로 폭포의 장관은 볼 수 없다.
 
이쪽 등산로로도 신불산정상을 오를 수 있는 것 같으나 경사가 무척 급해보인다.
 
다시 돌아내려오니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있고 주위엔 파전이며 막걸리를 파는 노점이 많다.
 
막걸리 한잔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으나 운전을해서 돌아가야되니 꾹참고 군침을 삼키며 내려온다.
 
5분정도 걸으니 간월산장이다.
 
하산주 대신 뜨거운 커피 한잔씩 사먹고, 주차해둔 장소까지 20분정도를 걸어가 차량회수해서 집으로 돌아온다.
 
 
오늘 산행을 마치고 나니 묵은 숙제를 한 것 같아 아주 개운한 기분이다.
 
아내와 함께해서 더욱 즐겁고 마음 편안하다.
Posted by Amis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