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be Amplifier DIY2009. 8. 18. 21:54

 

내가 음악회를 다니게 된 건 웃기는 얘기지만, 오래전 오디오를 하게 되면서부터다.
 
꺼꾸로도 한참 꺼꾸로.
 
동기는 내가 즐기는 오디오(카오디오 포함)을 제대로 셋팅하는 데 필요한 청음력(?)을 기르기 위해서 였다.
 
오디오에 관한한 그땐 참 열정적이었는데...
 
그러다가 어느정도의 성취를 맛보고는 뜨~음 했었는 데, 요즘들어 부쩍 실황공연에 가보고 싶어졌다.(약간의 럭셔리한 분위기를 즐기고픈 맘도 있었을 테지)
 
나의 음악적 취향은 눈치챈 분이 있을라나 모르겠지만, 현악4중주, 스윙, 재즈, 장르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음악, POP 정도.

 

근데, 가보고 싶었던 연주회는 뭐 한다고 바빴나 모르겠지만 다 지나 가 버렸다.

음악 고파 미치겠는 데 말이다.

 

그렇다고 맘에 드는 연주 찾아서 서울 올라갈 생각은 꿈도 못꾸겠고...

(얼마전에 세종문화회관에 케니 쥐~도 다녀갔다 카던데, 안타깝다.)

 

그래서 문화화관 홈피 들어가 봤더니.......


솔직히 지금까진 이름도 몰랐던 연주자의 공연이 있다.

 

곡은 들어보고 싶은 곡.

 

볼것없이 로얄석으로 예약.

 

막히는 퇴근 시간의 교통체증을 겪으며 문화회관 도착했다.

 

꽤 빨리 예약을 했었는 데도 불구하고 자리는 중앙을 피해 왼쪽이다.

(참고로, 연주회장에서 가장 감상에 좋은 위치는 중앙쪽의 자리다. 그러나 음향시설이 완벽하다면 자리는 무시해도 무방하다.)

 

그래도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움직임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위치 라는데서 위안한다.

 

본성이 어디가나...

 

음악에 몰두하다가도 공연 내내 악기 배치라던지, 연주자의 손놀림, 눈감고 악기 위치 알아맞히기등의 놀이를 즐기는 자신을 발견한다.

 

부산 문화회관 음향은 정말 별로다.

 

어떤 전문가 분이 설계하셨는지, 모든 음이 뭉쳐져 들리는 관계로 눈감고는 각 악기의 위치조차 구분이 안되는 것 같다.

 

이렇다면, 내가 현재 듣고있는 내차의 음향이라든지, 집에서 사용중인(대부분이 직접만든 것이긴 하지만) 오디오의 셋팅은 그다지 떨어지지않는 것 같다.

정위감, 해상도등이 눈에 보이는 것 같으니까...

 

그냥 건반위에서 춤추는 듯 하는 피아니스트의 손가락 움직임을 보면서 음악에 집중한다.

 

사람의 손가락이 어쩜 저렇게 움직일 수 있을까.

 

경이롭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음악에 맞춰 조금은 과장된 몸짓으로 음악을 표현하는 연주자의 몸짓이 즐겁게 느껴진다는 것.

 

어느듯 음악적 쾌감을 주며 연주회는 끝이 난다.

 

조금은 장난스럽게 앵콜을 요청하느라 열심히 박수 친다.

(그러나 피나는 연습을 하였을 연주자에 대한 존경심은 절대로 잃지 않는다.)

 

반쯤은 연주자에 대한 예의로, 반쯤은 정말 이런 즐거운 분위기를 조금 더 즐기고픈 심정으로....

 

예의바른 연주자의 90도 절에이은 퇴장.

 

그후로도 계속되는 청중들의 박수 소리...

 

어쩔 수 없다는 듯 다시 나와 한곡 더 연주해 주시고....

 

그후로도 이어지는 앵콜요청 박수소리.

 

연주자나 청중이나 이 분위기를 즐기는 듯 보인다.

 

이런게 즐거움인가.....

 

3곡을 더 연주 해주시고, 익살스럽게 건반닫고, 악보 챙겨 들어 가시는 것으로 연주회는 끝이 난다.

 

내가 꼭 가보고 싶었던 연주회는 아니었지만, 이정도의 즐거움을 느꼈던 것으로 만족.

 

거장의 연주는 좋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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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mis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