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2009. 8. 18. 21:18

어제는 산악회분들 모시고 통영 벽방산을 다녀왔다.

 

통영은 나에겐 약간은 특별한 고장.

 

부산에서 태어나 거의 부산에서 커오긴 했지만, 나는 특이하게도 요즘은 초등학교라고 부르는 국민학교를 4군데 거쳐 졸업했다.

 

작고하신 선친께서 세무서에 근무하셨던 관계로 근무지를 따라  전학을 다니다보니 그렇게 됐는데,

입학은 동대신동의 동신국민학교, 다음은 진주의 중앙국민학교, 다음은 충무의 통영국민학교를 거쳐 부산의 부민 국민학교를 졸업했다.

 

부산에서 거의 어린시절을 보냈음에도 오히려 내기억에는 진주 와 충무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더 많이 남아있다.

 

부산으로 전학와서는 거의 과외공부다 뭐다해서 제대로 놀 시간도 없었고 딱히 이거다 싶은 추억거리도 없기 때문이지 싶다.

기껏 전봇대 군데 군데 서있는 골목길에서 다망구나하고 코 질질 흘리며 구슬치기 딱지 따먹기나 한 기억정도 밖에.

 

진주에서 잠깐 살 때는 지금은 출입이 통제 되어있지만 촉석루에 올라가 엎드려 숙제한 기억도 나고, 촉석루 밑 남강가에서 선친과 메기낚시 하던 기억도 난다.

그때를 생각하면 기분이 편안해지는 느낌.

 

통영에선 3년정도를 보냈는데, 겨울철에는 연날리던 기억.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충무에서는 그당시 연을 만드시는 분이 계셔서 그집에가면 각종의 연이 있고 내가 갖고 싶은 모양을 얘기드리고 주문하면 가오리연이든 방패연이든지 그자리에서 대나무 자르고 가다듬어 연살 만들고 창호지를 붙여서 그위에 글자나 그림도 그려넣고 만들어 주셨다.

그렇게 만든 연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얼마나 가벼웠던지.

집에 돌아와선 동네 돌아다니며 주어온 사기그릇 깨진부스러기나 유리조각들을 곱게 갈아가지고, 밀가루풀에 섞어 개어선 연줄을 칫솔 구멍사이를 통과시켜 먼저 준비해둔 유리가루 섞은 풀에 담구고 왔다갔다하면서 이쪽으로 감았다 저쪽으로 감았다 서너번 하면 유리사를 입힌 연줄완성.

그럼 연줄에 연 메달고 날리면서 다른사람 연과 연싸움도 하곤했다.

연싸움도중 내가 날린연이 끊겨 날아가버리면 아까워서 연찾으러 헤매다니기도 하고, 그러나 하늘높이 날아올랐던 연이 날아가버렸는데 그걸 찾기가 쉽나.

 

우리가 그당시 세들어 살던 집에는 주인이셨던 할아버지 할머니 두분이 계셨는데, 할아버지께서 대나무 잘라서 만들어 주신 딱총에 나무열매이름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넣고 쏘며 놀던 기억.

 

내기억엔 통영국민학교 바로 오른쪽 아래에 세병관이 있었고, 왼편 아래로는 선친께서 근무하시던 세무서가 있었는데, 숙직하시던 날 밤에는 놀러가서 세무서 마당에 심어놓은 옥수수따다가 삶아 먹던 기억.

 

명칭은 기억나지 않지만 한산대첩을 기념하여 거행하던 축제(?)때엔 남방산 공원올라가 시원한 바람 맞으며 각종 공연을 구경하며 사주시던 찹쌀 도넛 먹던 기억도 나고, 친척분들 놀러오시면 조그만 배 전세내어 한산도 구경도 가곤 했는데 가다보면 바다 가운데 있던 거북등대도 보고 한산도에 올라 제승당도 구경하고 했던 참 여러가지의 기억이 난다.

 

또한가지, 바닷물 뚝뚝 떨어지는 해저터널을 지나 어머니 손잡고 소풍가던, 약간은 한가롭던 기억.

그시절 어머니는 여동생 들쳐업으시고도 참 씩씩하게 걸으셨는데, 벌써 이른을 두해나 넘기셨다.

젊으셨을땐 참 고우셨는데, 자식들 키우시며 세파에 시달리시다보니 연세가 벌써 그렇게 되시고 건강은 조금씩 조금씩 안좋아지시는 것 같고, 걱정이다.

 

거기서 살다가 되돌아온 부산은 어린기억에도 각박한 것 같았고 왜그리 여유가 없게 느껴졌나 모르겠다.

 

역시 유년시절은 도시보다는 약간은 한적한 고장에서 보내는 게 정서함양에는 훨씬 좋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통영이라 생각나는 여러가지가 있어 한번 써봤습니다만, 졸문이라 욕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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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misan